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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공략

상태창을 켜자 [메타인지]

by cTHUgha 2021. 9. 23.

대부분의 RPG 게임을 시작하면 화면에 캐릭터만 덩그러니 놓여 있지 않다. 화면의 주변부에는 체력, 마력, 스킬, 아이템을 보여주는 인벤토리 등이 포함된 유저 인터페이스가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것들을 통틀어서 상태창이라고 한다. 캐릭터의 상태, 정보를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 '전자적 독자 시점'이라는 작품과 같이 최근 유행하는 게임류 소설을 보자. 소설 초반부에 현실적이던 이 세계가 마치 게임처럼 변한 뒤 가장 먼저 주인공 눈 앞에 띄워지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상태창이다. 이처럼 상태창을 잘 확인하는 것은 지금 내 캐릭터의 상태가 어떤지 정확히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므로 게임을 진행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웹소설류에서 자주 등장하는 상태창이다. 

다시 우리 삶으로 돌아와보자. 삶에는 상태창 같은 것이 없다. 내 이름과 나이, 학력은 물론 알고 있다. 하지만 내 체력이 얼마인지, 나만의 무기는 어떤 것인지, 처음 갖고 태어난 능력치는 어느 정도인지 모른다. 그러기 때문에 내가 나의 능력 포인트를 어디에 투자해야 될지, 내가 원하는 직업으로 '전직'을 하려면 어디에서 어떤 유리한 게임을 해야 하는지 모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식하지도 않고, 의식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날그날 기분과 관성에 따라 '인생'이라는 게임을 진행할 뿐이다. 

 

 

직관과 논리

우리가 컴퓨터를 통해서 온라인 게임을 하듯, 이 '인생 게임'은 뇌를 통해 접속한다. 뇌가 세상을 해석하는대로, 뇌가 보여주고 싶은 대로 이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두뇌는 두 가지 방식으로 세상을 해석한다. [직관]과 [논리]이다.

 

휴리스틱이라고도 불리우는 '직관'은 매우 빠르고 본능적이다. 예를 들어 풀숲에 서있는데 옆에서 기다란 막대기가 스르륵 움직인다면 정확히 보이지 않아도 소름이 돋으면서 뱀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직관적으로 피하게 된다. 직관은 인류의 선조들이 야생에서 생존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한 좋은 방법이자 매우 유리한 수단이었다. 옆에서 뱀이 스르륵 움직이는 것을 보고도 이게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려 다가갔다면 뱀에 물려 죽었을 테니까 말이다.

 

'논리'는 직관과 반대로 시간이 많이 걸리고 숙달하기 위해서는 노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방법이므로 신뢰도도 높다. 논리는 동물과 인간을 구분짓게 해주는 사고방식이다. 인간 사회가 발전하면서 우리는 많은 부분에서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사회의 발전에 비해 더딘 진화를 하는 우리의 뇌는 아직도 일상의 많은 일들을 '직관'과 기대어 무의식적으로 살아간다. 생존의 위협이 일상이었던 당시 우리의 좋은 무기였던 '직관'이 논리적 판단을 하는데 방해를 하는 것이다. '직관'의 영역에는 '편향'이라는 것이 있어서 세상을 있는 그대로 해석하지 못하게 한다. 

 

 

메타인지

각각 필요로 하는 상황에 맞게 '직관'과 '논리'적 판단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 바로 필요한 것이 메타인지이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메타인지의 정의는 아래와 같다.

메타인지 (meta認知, 영어: metacognition) 또는 상위인지는 자신의 인지 과정에 대해 관찰 · 발견 · 통제 · 판단하는 정신 작용으로 "인식에 대한 인식","생각에 대한 생각", "다른 사람의 의식에 대해 의식", 그리고 고차원의 생각하는 기술(higher-order thinking skills)이다

 

간단하게 말해서 '인생 게임'의 상태창을 켜는 것이다. '나 자신'을 모니터에 떠있는 3인칭 캐릭터라고 생각해보자. 이 캐릭터의 행동과 상태에 대해서 '또 다른 나 자신'이 평가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본인의 현재 체력(건강한 정도)은 얼마인가? 본인의 체력을 너무 과신하지는 않았는가? 이번 주 일을 하면서 체력이 얼마나 깎였는가? 휴식할 때 체력이 회복될 만큼 충분히 쉬었는가? 등의 질문 말이다. 

이 외에도 고민해볼 부분이 많다. 예를들어 '능력'이다. '메이플스토리'라는 게임에 보면 힘, 민첩, 지능 등의 스탯이 있다. 당신은 당신의 스탯, 즉 능력 대해 알고 있는가? 숫자로 표시할 만큼 정확한 분석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본인에게 어떤 능력이 어느 정도 있는지 제대로 고민해본 적 있는가? 그냥 주변 사람들이, 혹은 부모님이 판단한 것을 믿고 막연하게 과신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레벨업 하는 만큼 포인트를 잘 찍어 본인 스탯도 업그레이드가 되었는가? 

 

 

메타인지 또한 일종의 스킬이다. 훈련이 필요하다. 고민해도 잘 모를 수 있다. 마치 위 상태창 이미지에서 '특성'이나 '스킬이' ◼︎◼︎◼︎ 이런식으로 가려져 있듯이 말이다.  메타인지 스킬을 숙련할수록 위 상태창 이미지에서 ◼︎로 가려져있던 부분은 걷어지고 본인의 상태에 대해 더 정확한 평가가 가능해진다. 메타인지를 훈련하는 간단한 방법은 다음과 같다.

 

메타인지 훈련 방법

1. 어떤 행동을 할 때 어떠한 생각, 사고, 기분이 첫 번 재로 생겼는지 깨닫는다.

  단, 부정적인 생각이 들었다고 죄책감을 느끼거나, 편향된 생각이 들었다고 자책하지 말자.

2. 잠깐 멈춘다. 첫번째 생각이 커지는 것을 막고 논리와 이성이 끼어들 틈을 준다.

3. 객관적으로 다시 주변 상황과 본인의 상태를 재점검해서 합리적으로 분석해본다.

 

 

예를 들어 매우 중요한 약속에 지각하여 뛰어가던 도중 누군가와 가볍게 부딪혔는데 내가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놓쳐 떨어져 깨졌다고 생각해보자. 본인이 의식할 틈도 없이 감정과 생각이 갑자기 몰려 들어온다. 타인에 대한 분노와 화, 욕하고 싶은 마음, 핸드폰이 깨진 것은 내 탓이 아니고 상대방 탓이라는 생각, 등등... 이때 이러한 첫 번째 생각들이 떠오르는 것을 '인지'하고 잠깐 가라앉을 틈을 준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본다.

 

핸드폰이 액정만 깨졌는지, 수리가 필요할 정도인지 예상 비용은 얼마인지, 내가 상대방에게 일정부분이라도 수리비를 받아낼 수 있는 상황인지(이 경우에는 당연히 아니다), 상대방과 실랑이를 하다가 약속에 도착하는 시간이 더 늦어지면 그것이 더 큰 피해는 아닌지, 내가 잘못 보고 너무 빠르게 뛴 것은 아닌 건지, 상대방도 무언가를 피하다가 부득이하게 나랑 부딪힐 상황이 있던 것은 아닌지 등등 말이다. 이렇게 이성과 논리가 재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본인의 상황에 맞게 가장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고, 오늘 하루를 기분으로 망치는 일은 없게 된다. 

 

 

지금 당장 인생 게임의 상태창을 켜보자. 그리고 상태창과 함게 이 게임을 즐겨보자. 궁수 캐릭터에게 탱커 공략을 적용할 수 없지 않은가? 본인의 상태를 알아야 수많은 공략 중 본인에게 맞는 공략을 고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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